카피밴드의 선곡 문제

Band 2010. 11. 3. 13:06

  수 차례 언급하고 고민해왔던 문제이지만 밴드에서 꼭 내가 하고 싶은 음악만 할 수는 없다. 아마추어 밴드이기 때문에 장르가 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멤버들 마다 하고 싶은 곡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은 밴드다. 혼자 할 수 있는 취미가 아니고, 밴드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 그 즐거움을 원하는 사람들이 우리 아마추어밴드들이다.

  나 역시 늘 원하는 곡만 했던 건 아니다. 나는 <Led Zeppelin>이나 Blues, Jazz를 좋아한다. 즐밴에 들어와서 이에 해당하는 곡은 딱 한 곡 했다. 이 나이 먹고 마구 달리는 메탈음악을 헥헥대며 두드리는 것도 사실 좋지는 않다. 나이 먹으면 헤비메탈 하면 안된다는 뜻이 아니고 내 개인적인 성향이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세 곡 정도 내가 선정한 곡을 했지만 특정 파트와 밴드를 위한 추천이었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음악은 아니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아예 대중적으로 Pop Band를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껏 불만 같은 것은 없었다. 멤버들이 원하는 곡 거부하지 않았고 하기 싫었던 곡도 막상 함께 합주하다 보면 재미있고 즐거웠다. 사실 나를 비롯하여 실력이 많이 부족한 밴드이기 때문에 점점 나아지는 과정들이 더 즐거웠던 것 같다. 

  선곡을 하다 보면 내가 아는 곡이 대중적이고 모르는 곡은 소수 팬들이나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곡이 관객에게는 생소한 곡일 수도 있다. 한 때 즐겨 찾았던 째즈바에 가보면 아는 곡이라고는 어쩌다 한 곡 정도 나온다. 그러나 그 연주를 편안히 즐기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연주가 워낙 훌륭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또 한가지로는 내가 알고 좋아하는 곡을 잘 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그건 정말 그렇지 않다. 우리 밴드가 잘 할 수 있는 곡을 해야 한다. 아무리 대중적이고 좋아하는 곡이라도 밴드의 현 주소는 고려해보아야 한다. 연주가 무난해야 듣는 사람도 좋다.

  내가 하기 싫은 곡, 싫다고 말할 수는 있다. 하기 싫은 것도 의견이기 때문이다. 멤버가 진짜 싫다고 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당사자가 오랫동안 준비했고 진심으로 원하는 곡이라면 양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양보가 밴드의 즐거움에 방해가 된다면 자신과 성향이 맞는 사람들을 찾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밴드를 해보니 그게 쉽지가 않더라. 잘 맞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참고 기다렸기 때문이더라. 지금 내가 원하는 음악만을 할 수 없는 것도 그만큼 꾸준하지 못했고 원하는 것만 찾아서 이리저리 움직였기 때문이리라.

  아무리 아마추어 카피밴드라도 내공이 있는 팀들은 자기 색깔이 확실하다. 가끔씩 벗어난 곡을 해도 그 색깔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래 잘 부르는 가수가 모창하지 않는 것하고 비슷한걸까? 그게 One Band, One Sound 뭐 그런걸까? 잘 모르겠지만 위에서 말했듯 역시 밴드라는 것은 꾸준히 서로가 만들어가는 작업인 것 같다. 정말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그래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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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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