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아이가 문구점에서 도둑으로 오인 받아 온갖 욕설과 공갈 협박을
당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중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는 침착하게도 CCTV를 
확인해보라고 따졌단다. 나중에야 다른 아이의 범행으로 확인됐지만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고 한다. 순간 격분했지만 아이 앞에서 흥분할 수 없어서 
차분히 듣고 좋게 이야기해줬다. 그러나 그 집은 내일 꼭 찾아가서 사과를
받아내고야 말것이다. 아이에게 직접 사과해야만 한다.

오래전에 본 영화 중에 장선우 감독의 <나쁜영화>에 보면 여고생이 전자
상가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걸려서 그 댓가(?)로 어른에게 못된 짓을 당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은 두고두고 매우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오늘 일로 인해 그 영화가 다시 생각났다. 그 영화 정도는 아니지만 본질적
으로 다를 바가 없다. 공개적인 망신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심하다.

어린 아이들에게도 인권이 있다. 강도짓을 하다가 현행범으로 붙잡혀도
'미란다원칙'을 말해주고 체포하는 것이 적법한 것이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에든 인권은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이라고 제멋대로
판단하고 기분대로 지껄이고 공개적으로 개망신을 주는 것은 어른의 폭력이다.

혼쭐을 내주어서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해야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인간적으로 타이르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의 보호자인 부모가 있다. 마땅히 부모에게 연락하여 조치해야만 한다.
더욱 기가 막힌 건 공개적으로 망신주고 훔친 물건이니 사야한다고 강매까지
했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어른의 모습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내일 반드시 아이의 상처받은 인권을 회복 시켜주겠다.
어른다워야 어른이다. 아이들보다 못한 어른들이 너무도 많다. 바로 그 어른들이
아이들을 더욱 어두운 범죄로 밀어 넣는 주범이며 공범이다.

오래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탈옥범 신창원의 일화를 옮겨본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하고 머리 한 번만 쓸어주었으면 
여기까진 안 왔을꺼다. 5학년때 선생님이
'새끼야 돈 안가져왔는데 뭐하러 학교와. 빨리 꺼져'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 신창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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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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