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짧은 기간 동안 해외 여행을 떠난다면 그 나라의 잘 정비된 도시를 둘러보겠는가?

아니면, 고유 문화유산과 천혜의 자연을 둘러보겠는가? 여행사들의 관광 상품들을 대략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여행이란 당연히 후자가 우선일 것이다.

 

  서울시는 '디자인서울'이라는 시대적 착오를 가지고 역사와 전통의 500년 도읍지를 기형적 사생아로 재 탄생시켰다. 과연 외국인들은 이러한 전시물을 관광자원으로 인식할까? 당신이 외국인이라면? 이명박씨의 청계천 개발로 부활한 개발독재식 삽질은 감투족들에게 묘한 향수를 부채질하며 전염되기 시작했고 지방차치 단체장들에게도 감염되어 주민의 혈세를 흡혈귀처럼 빨아먹기 시작했다.

 

  나는 수원 시민이다. 서울 걱정은 서울 시민에게 맡기고 수원까지 전염된 삽질 바이러스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따뜻해진 날씨를 만끽하려 가까운 서호천을 산책하는데 알록달록한 튜울립이 천변에 심어져있었다. '예쁘긴하다만 개천가에 왠 튜울립?'이런 생각으로 산책을 계속하는데 놀랍게도 튜울립은 천변을 따라 끝없이 심어져 있었다. 어디가 끝일까 아무리 걸어봐도 끝이 없는 튜울립... 아~ 이럴수가~


 

  튜울립은 구근식물이긴 하지만 월동이 되지않는 1년생이다. 개화 시기도 짧아서 예쁜것도 잠깐일 뿐이다. 게다가 대부분이 외래종이라 외국에 지불해야하는 로열티로 만만치 않다. 그 어마어마한 혈세를 물쓰듯이 써버린 것이다. 화훼업 계통으로 일해왔던 나도 도무지 계산이 안된다. 이런 식물을 장마철이면 모두 쓸려가고 마는 개천가에 끝없이 심어놓은 것이다. 이게 벌써 3년째란다. 어이쿠야~

 

  따가운 햇살 아래 쥐파먹듯 심어진 튜울립의 긴 행렬엔 그늘 하나 없었다. 그저 보기에 화려하고 생색내기에 좋은 전시행정의 표본이다. 개천은 정비가 되지않아 지저분하고 냄새가 난다. 냄새나는 하천과 튜울립의 기형적 결합이다. 그저 이쁘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수원 시민을 무시하는 행정이다.

 

  하천은 정비의 대상이지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수원시보다 훨씬 잘 살고 세수도 많은 서울 강남의 양재천도 이렇게 혈세를 낭비하진 않았다. 양재천은 생태위주 하천을 조성하자는 주민의견을 수렴하여 반영하였고 복원 과정에서도 우리강 그리기나 물고기 방사, 양재천 지킴이 등 시민참여를 이끌어 내었다. 두 말 필요없이 사진 몇장 올려본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예산이 있으면 써야한다. 좋은 일이라면 추가 예산이 들더라도 추진해야 한다. 하천은 생태공원으로 정비하는 것이 마땅하다. 월동이 되는 다년생 토종 야생화를 심고 갈대밭과 수생 식물들이 자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식물들은 오염된 하천을 정화하는 역할도 해낸다.

 

  튜울립같은 귀족 식물은 따로 테마파크를 만들어 행사를 하던지, 감투가 무거운 당신들 집이나 그 잘난 청사앞에 심어라. 그런것까지 우리가 말릴 수 있겠는가? 수원시를 흘러가는 하천가에 해마다 피고 지는 야생화 단지의 수려한 광경을 어찌 튜울립에 비할 수 있으랴? 더불어 그 사이를 뛰노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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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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