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석군 실종 사건..

Life 2012. 4. 4. 14:22



햇볕이 좋았던 일요일 오후.. 어머니가 범석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셨죠. 새로 이사 온 아파트 바로 앞에 조그만 야산이 있는데 산책로도 있고 운동 시설도 있고 발코니 창으로 가득 들어오는 작은 소나무 숲이 좋아서 이 집을 결정하게 된거죠. 산책로 계단으로 올라가는 할머니와 손자의 모습을 거실에 앉아 창밖으로 바라보며 막걸리 한 잔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30분 지나고 바라보니 범석이는 온데간데 없고 어머니가 이리저리 허둥대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예감이 나빠서 어머니께 전화해보니 범석이가 없어졌답니다. 단숨에 산에 올라가보니 어머니는 사색이되어 범석이를 부르고 계시고 저도 온 산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범석이를 불러보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조그만 야산이지만 이 산을 중심으로 많은 동네가 연결됩니다. 내려가는 길도 여러 갈래이고 한 번 잘못 내려가면 6살짜리 아이가 길을 되찾아 오기란 쉽지 않을겁니다. 그래서 일단 경찰에 신고하고 출동한 경찰들과 온 산을 뒤졌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뛰어가니까 범석이도 함께 냅다 달렸답니다. 요놈들이 너무 빠르니까 연로하신 어머님이 쫓아가지 못했고 금방 시야에서 사라진거죠. 얼마 후에 고놈들이 다시 우르르 달려 오는데 범석이를 물어보니 저 밑에서 없어졌다고 하더랍니다. 범석이는 형들이 좋아서 쫓아 갔지만 어리고 낯선 아이라서 모른채 하니깐 혼자 어디론가 가버린 거겠죠.

아~ 나는 이제 다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살아도 사는게 아니라는 생각, 아랫집 싸이코 생각, 내가 잘못했던 일.. 별의 별 생각들이 다 나고 입에서 단내가 났습니다. 순간적으로 어머니가 너무 원망스러웠지만 화를 낼 수도 없고, 어머니도 거의 넋이 나가신듯 하고..

그런데 집사람에게 찾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범석이가 야산 반대쪽 아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울고 있는걸 어떤 아저씨가 집이 어디냐고 물어봐서 경비실에 데려다 줬답니다. 이사 온지 얼마 안되고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자기 집이 어딘지는 알더랍니다. 허겁지겁 내려가 경비실에서 나오는 범석이 놈을 보니 얼굴엔 눈물자국에 표정은 어리둥절에.. 가관이더군요. 집사람은 눈물이 빗물처럼 쏟아지는데 그렇게 눈물이 나오는거 첨 봤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화를 내지도 못하고 온몸에 힘이 빠져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집사람은 울면서 아이를 타이르고 어머니는 알 수 없는 말씀을 계속 반복하시고.. 지옥 같았던 일요일이 그렇게 갔습니다. 아들을 하나 더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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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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